[여의도풍향계] '고성·야유' 사라진 회의장?…신사협정 맺은 여야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고성과 야유가 사라진 국회, 상상해보셨나요?<br /><br />여야가 모처럼의 신사협정을 맺었습니다.<br /><br />국회 회의장 내에서 상대방을 향한 비방을 멈추고 항의성 피켓도 부착하지 않기로 한 건데요.<br /><br />어떤 연유인지, 또 이 약속이 잘 지켜질지 임혜준 기자가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지난주 여야는 모처럼 훈훈한 소식을 전했습니다.<br /><br />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 내에서 서로를 향한 고성과 야유를 멈추기로 한 건데요.<br /><br />뿐만 아니라, 피켓 부착 등의 항의성 행위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.<br /><br /> "국회의 회의장 분위기를 좀 개선하여야 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. 그래서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피켓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…"<br /><br /> "대통령의 시정연설 그리고 두 번째는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에는 (중략)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을, 말씀을 하지 않는 것으로…"<br /><br />양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신사협정을 맺은 건데요.<br /><br />볼썽사나운 모습 좀 줄이고 달라진 국회 모습, 국민께 보여주자는 데 공감했다는 이야깁니다.<br /><br />본회의장에서 열린 지난 당대표 교섭단체 연설 현장 한번 돌아볼까요.<br /><br />이재명 대표가 먼저 연단에 섰는데요.<br /><br /> "무죄 추정, 불구속 수사, 공판주의 원칙은 다 어디로 가고 구속과 기소가 남발되고 있습니다. (죄를 지었으니까 그렇지!)"<br /><br />노골적인 야유가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다음날 풍경은 바뀌었을까요.<br /><br /> "집값 폭등시켰지 않습니까? 전월세 대란 만들었지 않습니까? 그래서 국민을 좌절시킨 정권 어느 당 정권입니까? (땅대표! 땅땅땅!)"<br /><br />비방이 교차한 회의장.<br /><br />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틀 동안, 본회의장에선 전국에서 올라온 100여 명의 초등학생이 광경을 지켜봤습니다.<br /><br />상임위원회 회의장은 본회의장보다 더 격한 논쟁이 오가곤 합니다.<br /><br />특히 피켓은 정쟁의 수단으로 단골손님처럼 사용돼 왔죠.<br /><br />지난 국방위 국감장에선 이 피켓을 '붙여라', '떼라', 여야 의원들이 실랑이를 벌이다가,<br /><br />결국 감사는 진행 못하고, 회의는 파행했습니다.<br /><br /> "(피켓을) 떼는 여부는 나중에 간사 간에 다시한번 합의를…"<br /><br /> "원만한 진행을 위해서 (피켓을) 떼달라는 거예요."<br /><br />일단 여야, 이거 끊어내겠다고 했습니다.<br /><br />시간표를 따져봤을 때 당장 시험대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장이 될 전망입니다.<br /><br />시정연설은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자리로, 매년 여야의 힘겨루기, 신경전이 팽팽해져 있을 때죠.<br /><br />지난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시정연설 한번 돌아볼까요.<br /><br />연단에 서 있는 문 전 대통령.<br /><br />그리고 앞에 의원들이 앉아있는데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, 검은 상복을 입고 가슴엔 근조리본을 달고 등장했습니다.<br /><br />문 전 대통령이 퇴장할 땐 커다란 현수막도 내걸고 항의의 표시를 했습니다.<br /><br />더 거슬러 올라가서,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당시 제1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, 노트북에 피켓을 부착하고,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냉혈한 표정으로 침묵 시위를 벌였습니다.<br /><br />본회의장에 의도적으로 늦게 입장해, 대통령 연설이 예정 시작 시간보다 늦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.<br /><br />지난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땐, 헌정사 최초로 제1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습니다.<br /><br />당시 야당 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는 등,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였는데요.<br /><br />"야당 탄압" 외치는 민주당을 향해 국민의힘은 "책무 위반"이라며 반발했습니다.<br /><br />고성과 막말 오가는 모습도 보기 좋진 않지만, 오랜 헌정사 관행을 깨는 행위도 옳진 않아 보입니다.<br /><br />여야가 고성과 야유, 피켓 없는 회의장 만들자고 합의한 데에는 다가올 총선도 몫을 한 것으로 보여집니다.<br /><br />지지층을 단단하게 굳히고 중도층을 끌어와야 하는 숙제를 양당 모두 떠안은 상황에서, 정쟁만 벌이는 모습을 보여선 국민들이 등 돌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것 아니냔 분석인데요.<br /><br />여야 실제로 최근에는 비방보단 '민생'에 키워드를 맞춘 행보에 보다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, 환영할 일인 것 같습니다.<br /><br />오래 이어지면 좋겠는데 벌써부터 난관은 보입니다.<br /><br />앞서 언급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이어서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본회의도 또 한번의 관문이 될 전망인데요.<br /><br />민주당이 방송 3법과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강경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,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, 필리버스터로 필사 저지하겠다며 벼르고 있기 때문입니다.<br /><br />이밖에 연말까지 '쌍특검'과 같은 남아있는 쟁점 사안, 그리고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서도 신경전은 예상됩니다.<br /><br />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.<br /><br />말로만 하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, 이 전통 오래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.<br /><br />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풀어내는 용광로입니다.<br /><br />방청석에 참관하러 온 초등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, 본연의 국회 역할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이 이번 약속만큼은 지켜내길 기대해 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 (junelim@yna.co.kr)<br /><br />PD 김효섭<br />AD 김희정<br />송고 임혜준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